시즌이 끝나면 야구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방출입니다. 구단이 선수와의 계약을 종료하는 결정이고, 그 선수에게는 커리어의 전환점이 됩니다. 팬들에게는 응원하던 선수의 이름이 방출 명단에 오를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생깁니다.
2026시즌을 앞두고 LG와 한화를 포함한 여러 구단이 재계약 불가 선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LG도 두 차례에 걸쳐 강민, 김수인, 김의준, 김형욱, 박건우, 박민호, 백선기, 전준호, 최용하 등 여러 선수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선수들이 팀을 떠난 뒤 어디로 가는지는 팬들에게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방출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 길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선수들에게 어떤 현실을 만들어주는지가 다르게 보입니다.

웨이버 공시부터 입단 테스트까지, 방출의 구조
KBO에서 선수가 팀을 떠나는 방식은 하나가 아닙니다. 시즌 중 웨이버 공시나 자유계약선수 공시가 이뤄지기도 하고, 시즌 종료 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자유롭게 새 팀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약 상황에 따라 임의해지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어, 팬들이 흔히 말하는 방출 안에는 서로 다른 절차가 포함돼 있습니다.
웨이버 공시는 일정 기간 다른 구단이 해당 선수를 선택할 기회를 주는 절차입니다. 다른 구단이 선택하면 웨이버 양도가 이뤄지고, 선택하는 구단이 없으면 자유롭게 새 팀을 찾을 수 있는 신분이 됩니다. 자유계약선수가 된 방출 선수는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있지만, 구단이 먼저 연락을 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 입단 테스트를 통해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KT에서 방출된 선수가 롯데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 재기한 사례, 삼성에서 방출된 선수가 테스트를 거쳐 다른 구단에서 다시 뛰는 경우가 반복됩니다.
문성현은 KBO 무대를 떠난 뒤 독립야구단 화성시 코리요에서 뛰며 다시 기회를 준비했습니다. 이처럼 방출 선수 중 일부는 독립리그에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거나 방송·야구 콘텐츠를 통해 팬들과 다시 만납니다. 다만 실제로 KBO 무대로 복귀하는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김동엽, 강진성처럼 방출 이후 다른 KBO 구단에 재입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케이스는 여전히 드뭅니다.
방출 공시 하나가 선수에게는 커리어의 전환점이지만, 팬들에게는 뉴스 한 줄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선수가 방출 이후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잘 보도되지 않습니다.
독립리그와 해외리그, 야구를 계속하는 선택
KBO에서 방출된 선수들이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무대가 있습니다. 국내 독립리그와 해외리그입니다.
국내에는 경기도리그를 포함한 독립야구 리그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KBO 방출 선수들이 이 무대에서 기량을 유지하면서 KBO 복귀를 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출 이후 군 복무를 마치거나 독립리그에서 기량을 유지한 뒤, 다시 KBO 구단의 테스트와 훈련에 참가해 재입단을 노리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실제 복귀에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하나의 경로입니다.
일본 독립리그도 방출 선수들의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구위나 기량이 남아있는 선수들이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면서 재기 기회를 만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일본 독립리그 선수가 KBO 구단의 임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하는 경우도 있어, 반대 방향의 이동도 가능합니다.
독립리그 선택이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KBO와 비교해 처우가 낮고, 주목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야구를 계속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독립리그를 선택하는 선수들은 야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는 경우입니다. 그 의지가 KBO 복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현실도 함께 있습니다.
방출 이후의 삶, 야구 밖에서 찾는 길
KBO에서 방출된 선수 중 상당수는 야구를 계속하지 않습니다.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경우가 있습니다. 코치, 트레이너, 스카우트로 전향해 야구 안에 남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자리도 많지 않습니다. 방출 선수가 많은 데 비해 지도자 자리는 제한적입니다.
최강야구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방출 선수들에게 새로운 무대가 됐습니다. 은퇴 선수와 방출 선수들이 야구 실력을 보여주면서 팬들과 다시 만나는 공간입니다. 독립리그에서 기량을 유지하다가 이런 콘텐츠를 통해 다시 주목받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방출은 선수 개인에게 갑작스러운 변화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만 해온 선수가 방출 이후 야구 밖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선수협회와 야구계에서도 은퇴·전직 지원 필요성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지만, 체계적인 지원 구조가 충분히 갖춰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방출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를 선수 혼자 감당하게 두는 구조는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팬들이 응원하는 선수의 이름이 방출 명단에 오를 때, 그 선수가 이후 어떤 길을 걷는지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야구팬 문화가 조금 더 성숙해지는 방향입니다. 경기장 안의 선수만이 아니라 경기장 밖의 삶도 야구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