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KBO 리그 관중이 1,088만 명을 넘었습니다. 경기당 평균 관중 1만 5,122명으로 2023년 대비 34% 증가한 수치입니다. 전 구단이 평균 관중 1만 명을 넘긴 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한화 이글스는 71경기 중 47경기가 매진됐고, 좌석 점유율 94%를 기록했습니다.
이 숫자들이 구단 수익으로 직결되는 방식이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오랫동안 KBO 구단들은 모기업 지원에 의존해 운영됐습니다. 관중이 늘어도 자체 수익으로 팀을 꾸리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2024년을 기점으로 관중 수와 중계권 가치가 동시에 커지면서, 일부 구단은 자체 매출 비중을 더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맞았습니다. 야구가 하나의 브랜드 산업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구단이 수익을 만드는 구조를 이해하면 왜 특정 구단이 특정 결정을 내리는지, 팬들이 경기장에서 쓰는 돈이 어디로 가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중계권료가 리그 전체를 바꿨다
KBO 구단 수익 구조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중계권료입니다. KBO는 2024~2026년 CJ ENM 티빙과 3년 1,350억 원, 연평균 450억 원 규모의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전 계약 대비 연평균 2배 이상 올라간 금액이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2025년에 2027~2031년 5년 계약을 4,500억 원에 연장 체결했습니다. 연평균 900억 원으로 다시 두 배가 됐습니다.
이 중계권료는 KBO가 구단들에 분배합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관중 수와 별개로 일정한 중계권 분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중계권료 급등이 구단 재정 안정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티빙이 야구 중계로 구독자를 늘린 것처럼, KBO도 중계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협상력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중계권료가 높아질수록 팬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올라가는 구조가 생겼습니다. 무료로 볼 수 있던 경기가 OTT 구독료를 내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리그가 성장할수록 접근성이 낮아지는 이 구조가 장기적으로 팬층 확대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중계권료 성장은 KBO 리그가 돈이 되는 콘텐츠가 됐다는 증거입니다. 그 성장이 구단과 선수에게 돌아가는 동시에, 팬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되돌아오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관중과 굿즈가 구단 자체 수익을 만든다
중계권료 외에 구단이 직접 만드는 수익의 핵심은 관중과 굿즈입니다. 티켓 수입은 구단이 직접 가져가는 가장 기본적인 수익입니다. 2024년 한화 이글스는 티켓 수입만으로 208억 원을 넘겼습니다. 전 구단 중 유일하게 200억 원을 돌파한 수치였습니다.
굿즈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유니폼, 응원 도구, 구단 캐릭터 상품까지 팬들이 구단 관련 상품에 지출하는 금액이 수직 상승했습니다. 2024년 MZ 문화와 야구의 결합으로 새로운 팬층이 유입되면서 굿즈 시장이 전혀 다른 규모가 됐습니다. KIA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 우승과 김도영이라는 스타 효과로 2024년 85%라는 기록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관중과 굿즈 수익은 성적과 직결됩니다. 우승하거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의 티켓과 굿즈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아집니다. 구단 입장에서 성적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과거에는 모기업이 지원해 주니까 운영됐다면, 지금은 성적이 수익을 만들고 수익이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부 구단에서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위권 구단이 성적 부진으로 관중이 줄고, 관중이 줄면 수익이 떨어지고, 수익이 떨어지면 선수 투자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리그 전체가 성장해도 구단 간 수익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스폰서와 네이밍 수익이 구단 재정을 바꾼다
KBO 리그 타이틀 스폰서인 신한은행은 2028년부터 10년 동안 연 115억 원을 KBO에 지급합니다. 이 금액이 리그 운영과 구단 분배금으로 이어집니다. 유니폼 가슴에 붙는 스폰서 로고, 경기장 펜스 광고, 경기 중 노출되는 브랜드들이 모두 구단 수익원입니다.
키움 히어로즈는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만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독특한 모델입니다. 히어로즈라는 팀 이름 자체가 스폰서 계약으로 만들어졌고, 키움증권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으면서 구단 운영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입니다. 모기업 지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사례입니다.
스폰서 수익 구조가 발달할수록 구단은 모기업 의존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스폰서 유치 능력이 구단 간 재정 격차를 만들기도 합니다. 인기 구단과 스타 선수를 보유한 팀은 스폰서 협상에서 유리하고, 그렇지 않은 팀은 불리합니다. 리그 전체 성장이 구단별로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KBO 구단의 수익 구조는 중계권, 관중, 굿즈, 스폰서가 맞물려 작동합니다. 이 구조가 고도화될수록 야구는 스포츠이면서 동시에 산업이 됩니다. 팬들이 경기장에서 쓰는 돈, OTT 구독료, 굿즈 구입이 구단 수익으로 연결되고, 그 수익이 선수 영입과 시설 투자로 이어집니다. 팬들이 야구를 즐기는 방식이 리그를 키우는 구조입니다. 그 구조 안에서 팬들의 선택이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야구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