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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은 왜 냉정한 판단을 흐리게 할까

by moneyflowlap1 2026. 8. 11.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그날 감독의 모든 결정이 탁월해 보입니다. 지면 같은 결정들이 의심스러워집니다. 우리 팀 선수가 실책을 하면 컨디션 탓이 나오고, 상대 팀 선수가 같은 실수를 하면 실력 문제로 보입니다. 이런 두 가지 시각은 팬이라면 같은 사람 안에서도 동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팬심이 판단을 흐리게 하는 방식입니다.

 

팬이라면 어느 정도 편향이 있는 게 당연합니다.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면서 완전히 냉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팬심이 만드는 편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면 그 편향에 휩쓸리는 순간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 인식이 야구를 조금 더 깊이 보는 방법이 됩니다.

 

팬심이 냉정한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이유는 심리적 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 구조를 이해하면 자신이 지금 팬심으로 보고 있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확증 편향이 원하는 것만 보게 만든다

심리학에서 확증 편향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지지하는 정보에 더 주목하고 반박하는 정보는 무시하는 현상입니다. 야구팬에게 이 편향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 팀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하면 크게 기억하고, 나쁜 플레이는 상황 탓을 합니다. 상대 팀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하면 운이 좋았다고 보고, 나쁜 플레이는 실력 문제로 봅니다.

 

이 편향이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건 우리 팀 선수를 평가할 때입니다. 오랫동안 응원해 온 선수가 부진할 때 그 부진이 일시적이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슬럼프라고 부르고, 회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그 선수의 부진이 능력 한계에 도달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좋아하는 선수일수록 냉정한 평가가 어려워지는 이유입니다.

 

삼성 팬으로서 좋아하는 선수가 부진한 시기에 그 선수를 냉정하게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좀 안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다 보면 그 부진이 길어져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확증 편향이 현실을 늦게 인식하게 만드는 방식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확증 편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 정보를 원해서 믿는 건지, 실제로 근거가 있어서 믿는 건지를 구분하려는 시도 자체가 더 정확한 판단으로 가는 방법입니다.

감정이 기억을 선택적으로 저장한다

팬심이 판단을 흐리게 하는 두 번째 방식은 기억의 선택성입니다. 우리 팀이 이긴 경기는 선명하게 기억됩니다. 결정적인 안타, 멋진 호수비, 역전의 순간. 진 경기는 빠르게 희미해집니다. 이 기억의 불균형이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정이 강할수록 기억이 더 선명하게 저장됩니다. 이긴 경기에서 느낀 기쁨이 그 경기를 강하게 기억하게 만들고, 진 경기에서 느낀 실망이 그 경기를 빨리 잊고 싶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팬의 머릿속에서 팀의 이미지가 실제 성적보다 좋게 유지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팀이 5할 승률인데 더 잘하는 것 같다는 감각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기억의 선택성이 시즌 전망에서 과도한 낙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작년 우리 팀이 후반에 강했다는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으면 올해도 잘 될 거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실제로 후반에 강했던 이유가 그 시즌의 특수한 상황이었는데 그 조건이 올해는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팬심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기억이 선택적으로 저장된다는 걸 알면 과거 경기를 떠올릴 때 좋은 기억만 남아있는 건 아닌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팬심이 있어도 더 깊이 볼 수 있다

팬심이 냉정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팬심을 버리고 완전히 냉정하게 보려는 방향과, 팬심은 유지하면서 그 편향을 인식하는 방향입니다. 완전히 냉정한 시각으로 야구를 보는 건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재미도 없습니다. 응원하는 팀이 있고, 좋아하는 선수가 있고, 그 팀이 이기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팬의 경험입니다.

 

팬심을 유지하면서도 더 깊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대 팀 선수를 볼 때 우리 팀 선수를 보는 것과 같은 기준으로 보는 연습입니다. 상대 팀 외야수의 호수비를 인정하는 것, 상대 팀 감독의 결정이 탁월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 우리 팀 선수의 부진이 일시적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이 작은 시도들이 팬심은 유지하면서 판단력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팬심이 있어도 냉정한 판단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야구를 오래 보면서 느꼈습니다. 삼성이 졌을 때 그 경기에서 상대팀이 더 잘했다는 걸 인정하는 것, 우리 팀 감독의 결정이 틀렸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인정이 오히려 야구를 더 재미있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팬심이 냉정한 판단을 흐리게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 흐림이 언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나은 팬이 되는 방법입니다. 팬심과 판단력은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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