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즌이 되면 팬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있습니다. 응원하는 선수가 팀에 남는지 여부입니다. 그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간다는 소식이 들어오는 순간, 팬들은 복잡한 감정에 빠집니다. 서운함, 배신감, 그리고 그래도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동시에 옵니다.
좋아하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가면 그 선수를 계속 응원할 수 있을까요. 답이 쉽지 않습니다. 팀을 응원하는 건지 선수를 응원하는 건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팀이 먼저인 팬과 선수가 먼저인 팬은 이 상황에서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좋아하던 선수가 떠났을 때 팬들이 경험하는 감정과, 그 이후 응원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면 야구팬이 팀과 선수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가 보입니다.

팀을 응원하는 건지 선수를 응원하는 건지
야구팬에게 응원의 대상이 팀인지 선수인지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입니다. 처음 야구를 보기 시작할 때는 보통 팀을 먼저 정합니다. 연고지, 가족의 영향, 우연히 본 경기. 그런데 그 팀을 보다 보면 특정 선수에게 감정이 생깁니다. 그 선수의 타석을 기다리고, 그 선수가 잘 치면 더 기분이 좋아지고, 부진하면 더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되면 팀을 응원하는 건지 선수를 응원하는 건지 경계가 흐려집니다. 그 선수가 팀에 있는 동안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선수가 떠나면 그 경계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선수를 따라갈 것인지, 팀에 남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이전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습니다.
좋아하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떠난 뒤 친정팀과 맞붙을 때 이 감정이 가장 복잡해집니다. 최형우 선수가 KIA로 떠났을 때와 김상수 선수가 KT로 이적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를 계속 응원하고 싶지만, 그 선수가 삼성과 맞붙는 경기에서는 마음 편하게 응원하기 어렵습니다. 그 선수가 삼성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치거나 결정적인 활약을 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면서도 아픈 복잡한 감정이 듭니다.
이 감정이 야구팬만의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야구에서 특히 자주 일어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야구는 한 선수를 오랫동안, 매일 보는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이 쌓이면 선수와 팬 사이에 감정의 역사가 만들어집니다.
선수가 떠난 이유가 응원 여부를 결정한다
좋아하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갔을 때 팬들의 반응이 갈리는 가장 큰 기준은 왜 떠났느냐입니다. 구단이 잡지 않아서 떠난 선수와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떠난 선수에 대한 팬들의 감정이 다릅니다. 구단이 연봉 협상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아 선수가 떠난 경우라면, 그 선수에 대한 서운함보다 구단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큽니다. 그 선수를 계속 응원하는 게 자연스러워집니다.
반대로 원소 속팀보다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선택해 이적한 경우에는 감정이 더 복잡해집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직업인으로서 당연한 선택일 수 있지만, 팬 입장에서는 배신감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 감정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응원해 온 감정이 선수의 한 결정으로 정리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KBO에서 선수들이 FA로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 경우는 매년 반복됩니다. 그때마다 팬들 사이에서 같은 논쟁이 펼쳐집니다. 선수는 직업인이고 더 좋은 조건을 찾는 건 당연하다는 시각과, 팀과 팬에 대한 의리가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 충돌합니다. 어느 쪽이 맞다고 할 수 없습니다. 두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게 팬의 현실입니다.
떠난 이유가 어떻든, 그 선수가 새 팀에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결국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응원은 선택이지만 감정은 선택이 아니다
좋아하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간 뒤 그 선수를 계속 응원하는 팬이 있고, 팀에 충성하며 새 선수를 응원하는 팬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진짜 팬인지는 없습니다. 응원의 방식은 선택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선수가 떠난 뒤 그 선수의 번호가 새 유니폼에 붙어 있는 걸 보는 감정, 상대 팀 응원가로 그 선수 이름이 불리는 걸 듣는 감정은 경험해 본 팬만 압니다. 그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기도 하고, 끝내 익숙해지지 않기도 합니다.
좋아하던 선수가 떠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팀과 선수에 대한 응원의 방식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특정 선수에게 너무 감정이 묶이지 않으려는 자기 보호 심리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게 야구팬이 오래 팬으로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결국 좋아하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가도 야구를 계속 보게 됩니다. 그 선수를 응원하든 팀을 응원하든, 야구를 보는 이유는 그 선수하나 보다 더 큰 어딘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딘가가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인지, 팀이라는 공동체인지, 아니면 경기장에서 느끼는 그 감정인지는 팬마다 다릅니다.